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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두바이에서 깜짝 놀랐나 (아주 주관적인 두바이 여행 후기)

망고스틴. 2022. 7. 10. 18:22

지난 1월에 나는 두바이를 다녀왔다. 출장 목적이었다. 중동 여행은 완전 처음이라 기대가 많이 되었다. 그것도 중동 국가들 중에 두바이라니. 두바이라면 으레 상상되는 그런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 엄청난 고층 빌딩과 슈퍼카들과 부자들과.. 오일머니로 도시에 화려하게 만들어낸 것들 말이다. 온갖 상상을 하며 두바이에 도착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두바이에서 보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거의 컬쳐쇼크였다. 내가 두바이에서 깜짝 놀란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아봤다.



1. 슈퍼카

제일 먼저 슈퍼카. 아 이건 말 안 해도 알겠는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정도의 슈퍼카들이 너무 흔해서 놀란 거 아니냐고?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두바이에는 슈퍼카가 없다. 진짜 없다. 물론 일주일 있는 동안 보긴 봤었다. 1대에서 2대? 그것도 기억에 남는 건 마세라티 정도..? 그렇다. 그만큼 슈퍼카를 못 봤다는 것이다. 오히려 슈퍼카는 서울 강남에 더 많은 것 같다. 강남 도산대로를 다니는 람보르기니처럼 말이다. 심지어 독일 3사 (벤츠, BMW, 아우디) 도 두바이에서 많이 못 봤다. 독일 3사급이면 서울 한남동에 가면 그냥 발에 채고 채였다.



그렇다면 두바이에는 무슨 차가 있느냐? 일본 차들이다. 혼다, 도요타, 렉서스 같은 일본 차들 말이다. 물론 두바이에서도 슈퍼카가 있는 동네들이 있다. 내가 듣기로는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으로 유명한 유메이라 같은 동네를 가면 슈퍼카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 외 전반적인 두바이 도시 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뜨는 유머 게시물들을 보면, “흔한 두바이의 경찰차. jpg”라고 해서 도금된 람보르기니의 이미지가 올라온다. 두바이를 다녀오기 전에는 그런 글들을 보면 믿었겠지만, 두바이를 다녀온 지금은 그런 글들을 보면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2. 두바이 사람들

두 번째로 놀란 건 두바이의 사람들이다. 두바이 사람들이 너무 부자라서 놀랐냐고? 당연히 아니다. 부자는 한 명도 못 봤다 (…봐도 부자인지 몰랐겠지만…). 두바이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인데, 두바이에는 두바이 사람들이 없다. 무슨 말이냐고? 그러니까 두바이에는 두바이 현지인, 두바이 원주민들이 잘 안 보인다. 두바이 원주민을 포함해 아랍에미리트의 원주민들은 에미라티 (Emirati)라고 부른다. 에미라티는 신라식 골품제에 비교하면 성골인 셈이다. 에미라티들은 흰색드레스를 입고 다니고, 머리에도 흰색 터번? 같은 것을 쓰고 다닌다. 근데 그냥 두바이 시내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느낌의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 누가 있냐? 바로 인도, 파키스탄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이 도시 인구의 8할, 아니 거의 9할까지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아는 것처럼 두바이, 아랍에미리트는 석유 의존 경제라 석유를 제외한 다른 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는 웬만한 모든 재화, 물건들을 다 수입해서 쓴다. 쇼핑몰에 들어와 있는 브랜드들도 그렇고, 물건들이나 식품이나 뭐 다 보면 유럽산 같은 외국산이다. 두바이 것이 잘 없다. 나도 두바이몰에서 기념품으로 산 게 스페인 차였다.


두바이에서 먹은 터키 햄버거 프랜차이즈


그래서 그런지 서비스 인력도 그런 것 같다. 도시 내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인도, 파키스탄 같은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다. 우리 회사의 UAE 대리점도 인도 출신 엔지니어 직원들이 주를 이룬 회사이다. 근데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이 되게 친절하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물론 돈을 쓰는,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하여튼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3. 도시 발전

세 번째로 놀란 건 도시 그 자체였다. 도시가 너무 화려해서 놀랐냐고? 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두바이에는 그 빌딩이 있다. 두바이의 랜드마크이면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 실제로 밑에서 올려다보니 대단하긴 대단했다. 부르즈 칼리파와 함께 두바이몰이 있는 그 구역은 확실히 관광지다. 당연히 그 주변으로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있다. 근데 그 빌딩들이 살짝 좀 중구난방으로? 있다. 도시 미관을 위해 거시적인 계획을 갖고 짓는다기보다는 그냥 일단 세워! 요런 느낌? 그런 높은 빌딩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닥다닥 붙여서 짓기_부르즈 칼리파에서 본 빌딩들


여기서 공사 중이라는 게 포인트인데, 두바이는 아직도 공사판인 느낌이 많다. 이 사실을 두바이에 가기 전에는 잘 몰랐다. 이미 모든 건설과 인프라가 완벽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있었던 숙소는 시내 중심부에서 좀 떨어져 있긴 했지만, (부르즈 칼리파에서 차로 한 15분 정도). 그래도 4성급 호텔이었다. 근데 재밌는 게 호텔의 앞쪽 뷰는 빌딩들이 많고, 주택, 업무 지구 같은 느낌이 있는데, 바로 뒤돌아서 호텔의 뒤쪽 뷰를 보면 그냥 허허벌판이다! 그냥 모래! 아 이게 숙소 딱 도착해서 볼 때는 되게 뭔가 충격이었다. 그래서 “아 아직 두바이도 발전할 거리가 많이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앞쪽 뷰와
호텔 뒤쪽 뷰


지금까지 나는 왜 두바이에서 깜짝 놀랐나라는 주제로 얘기를 해봤다. 크게 세 가지 포인트로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걸로 적어보았는데, 실제로 일주일 동안 있으면서 예상 외였던 부분들이 이것 말고도 많았다. 그러고 보니 두바이에는 두바이 음식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다. 아무튼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실제로 가서 둘러보니 그동안 내가 어렴풋이 들었던 거나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달랐던 것들이 많았다. 가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 우물 안 개구리가 될 뻔했다. 두바이 출장이라는 기회 덕분에 그나마 촌놈을 모면했다. 참 다행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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