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 작사가와 알고리즘, 그리고 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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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이나 작사가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알고리즘에 의해서 개인의 취향이 결정되는 게 너무 안타깝다나.
2.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알고리즘 사례로 유튜브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유튜브를 계속 보다 보면 시청 기록이라는 데이터가 쌓인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천 알고리즘이 개인에게 맞춤 영상을 띄운다.
3. 김이나 작사가는 이런 알고리즘 형태로 개인의 취향이 결정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 것 같다.
4. 나는 그 작사가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음.. 뭐 그렇지.. 근데 그게 뭐? 개인한테 맞춰주고 좋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흘려버렸다.
5. 최근에 나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해 보겠다고 구글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유튜브 업로드 전용 계정이었다. 다만 유튜브 업로드 전용으로 시작한 계정이었지만, 로그인을 하면 유튜브 메인화면에 추천 영상들이 떠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6. 유튜브를 보려고 만든 계정이 아닌 만큼 초반에는 추천 영상들에 관심을 두지 않고 바로 영상 업로드 작업을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계정으로 유튜브를 들어갔을 때, 유튜브 메인에 뜨는 영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7. 새로운 계정은 시청 기록이 없고, 데이터가 없어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계정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 유튜브 계정에서 볼 수 없었던 정말 새로운 장르의 영상들이 보였다.
8. 그런 영상들 중 하나는 먹방 유튜버 쯔양의 영상이었다.
9. 먹방 영상. 진짜 정말 내가 평소에 절대 볼일이 없는 영상 장르였다. 당연히 취향 차이지만, ‘먹방을 도대체 왜 보는 건가’, ‘남이 먹는 걸 보는 게 그렇게 재밌나’라고 생각하는 나였다.
10. 근데 그걸 계속 보고 있었다. 짜장면을 먹고 오겹살을 먹는 쯔양의 먹방 영상들을.
11. 그런 영상들을 보면서 너무 몰입한 나머지, 영상에 나왔던 메뉴들을 꼭 먹고 싶다는 약간의 강박까지 생겼고, 그 다음날 점심으로 먹기도 했다.
12. 아무튼 그렇게 먹방 영상의 재미를 알아가는 찰나에, 문득 김이나 작사가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을 결정하는 게 안타깝다는 말이.
13. 생각해 보니까 이런 내 상황이 정말 그랬다. 알고리즘이 듬뿍 반영된 나의 기존 유튜브 계정은 먹방영상을 절대 추천으로 띄워주지 않았다. 기존 나의 시청 데이터를 알고 있는 알고리즘이라면 먹방은 나올 수 없는 결론이니까.
14. 물론 기존 계정에서도 내가 직접 먹방을 검색해서 찾아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검색이라는 장벽과 귀찮음은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영상만을 보기에 딱이었다.
15. 어찌 됐든 나는 먹방영상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푸드파이터 같은 쯔양의 영상들을 즐길 수 있는 취향의 소유자였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이 내 취향을 가로막은 것은 것 같았다.
16. 나는 이런 것도 좋아할 수 있고, 저런 것도 좋아할 수 있는데, 알고리즘이 다양한 취향으로 확장할 수 있는 나의 취향 잠재력을 가로막고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7. 그제서야 김이나 작사가의 말에 공감이 됐다.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을 결정하고 있다는 시대가 안타깝다는 말이.
18. 유튜브 계정을 새로 만든 우연한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오랜 시간 동안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것 같다. 살짝 무섭기도 하면서 알고리즘이라는 게 마냥 좋은 걸까라는 의문이 든 사건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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