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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사우디아라비아의 운전문화

망고스틴. 2022. 8. 24. 15:36

1. 중동 대리점 방문으로 출장을 떠난 첫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방문한 도시는 리야드(Riyadh)라는 사우디의 수도였다. 리야드에 도착해서 놀랐던 건 엄청나게 더운 날씨도 있지만, 날씨에 앞서서 놀랐던 것이 있다. 바로 운전문화다.



2. 사우디아라비아의 운전문화는 정말 거칠다. 우리나라에서 나름 험하게 운전한다고 하는 부산(?) 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야생이며, 정글이다.



3. 일단 도로. 아스팔트 퀄리티가 안 좋은 건지 날씨 때문에 변질돼서 그런지 너무 거울같이 맨들맨들한 느낌? 좀만 더 닮으면 차량이 도로에 비칠 것만 같다;; 그래서 그런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무슨 F1 경기장 마냥 끼익 끼익 소리가 들렸다.



4. 그리고 도로에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차선이 표시가 되어있긴 되어 있는데, 너무 희미하다. 지워진 건지, 오래된 건지.. 그러나 사실 차선이 의미 있는지는 모르겠다. 차량들이 차선을 잘 안 지키기 때문이다. 과속은 기본이고, 깜빡이도 키지 않는 차량이 대다수다.



5. 우리 회사 대리점의 영업사원인 모하마드는 공항에서부터 나를 픽업하러 나와줬다. 모하마드는 자신이 파키스탄에서도 운전을 해봤지만, 그곳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운전하기가 더 빡세다고 했다. 도로 상태는 사우디가 파키스탄보다 더 나을지 몰라도 운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긴장해야 하는 곳은 사우디라고 했다. .. (이런 말을 하면서 모하마드 본인도 차선을 차량 가운데 두고 달리고 있었다..)



6. 모하마드는 '이곳에서는 차들이 깜빡이를 키지 않으니까 모든 차량들이 당장에라도 내 앞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차선 변경 시 한 번에 여러 개를 넘는 차량들을 많이 보았다. 4차선 끝에서 끝으로 넘어가는 차량들을 보는 것은 매우 흔했다. 모하마드는 깜빡이를 키면 로컬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기 때문에 지시등을 켜서는 안된다는 조크도 곁들였다.



7.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내비게이션 상 지도에 오류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도로 공사가 활발하다 보니 실제도로와 내비게이션 도로 표시가 다르다는 것이다. 공사로 인한 도로 통제가 많고, 새로운 도로들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사우디에서 운전을 많이 했다고 해도 나날이 늘어나고 변경되는 도로 사정 탓에 길을 기억하기가 까다롭다고 한다. (새로운 도로가 구글맵에 반영되지 않았을 때는 내비게이션 상 차량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8. 어찌 됐든 이렇게 운전하기에 척박한 환경 속에서 조수 석에 앉아 가면서 마음 졸였던 순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때가 많다 보니 모하마드는 비상등 깜빡이를 거의 방향지시등 깜빡이 마냥 자주 사용했다. (그나마 모하마드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가, 급브레이크 시 비상등을 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안 키는 다른 차량도 많았다.)



9. 그래서 모하마드가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앞에 차량이 바로 들어올 때면 내가 '오오~'하는 리액션을 내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모하마드는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하라라는 말을 하곤 했다.



10. 운전문화가 이렇게 거칠다 보니 사고가 많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돌아다니는 동안 사고 현장은 1번 밖에 보지 못했다. 그리고 모하마드 말로는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차량 보험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걱정보다는 새 차로 바꿀 생각에 신이 난다(?)는 조크를 들려주기도 했다.



11. 이런 사우디의 운전문화를 한국과 비교해 보니  한국의 운전자들은 정말 교양인들만 운전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우디에서는 운전을 못할 것 같다.



12. 이상으로 사우디에서 찍어 본 도로 풍경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 도로 환경

길을 가다 보면 범퍼가 깨진 차량들을

아주 흔하게 종종 볼 수 있다.

아예 범퍼 절반이 날아간 차량도 있다.



내가 위 사진의 차량을 봤을 때,

저 차의 운전자가 좀 안타깝다고 얘기했는데,

모하마드가 아니라고,

저 운전자는 그래도 해피할 거라고

얘기했던 게 왠지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살짝 깨진 정도는 약과

S가 빠진 현대의 ONATA 택시

현대차도 도로에서 많이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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