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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이애미 여행 중에 영화관에 반해버렸나 (루프탑 시네마 클럽 후기)

망고스틴. 2022. 7. 13. 08:37


여기 매우 특이한 영화관이 있습니다. 이 영화관은 오직 전 세계에 7개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관은 하루에 오직 영화 두 편만을 상영합니다. CGV나 메가박스같이 국내에 수십 개 지점이 있고, 하루에 수십 번 상영을 하는 영화관과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상영해 주는 영화도 최신 영화가 아닙니다. 제작된 지 30년이 넘은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는 영화관입니다. 영화 가격이 싸지도 않습니다. 팝콘 한 봉지를 포함한 영화 한 편의 가격이 3만 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보러 옵니다.

아니 무슨 이런 영화관이 있냐고요?



이 영화관은 바로 루프탑 시네마 클럽 (Rooftop Cinema Club)이라는 영화관입니다. 이 영화관은 매우 특별합니다. 루프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옥상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야외 영화관이기 때문입니다. 루프탑 시네마 클럽은 도심의 쇼핑몰 같은 건물의 유휴공간인 옥상을 활용하여 영화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7개 지점밖에 없습니다. 미국에 6개 (휴스턴, 마이애미, LA, 샌디에이고, 뉴욕, 시카고) 그리고 영국 런던입니다.


저는 최근 마이애미 출장을 가면서 운이 좋게도 이 특별한 영화관을 방문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이애미비치에 있는 지점이었는데, 우연찮게 이 지점이 저희 숙소 바로 근처에 있더라구요!!

영화는 루프탑 시네마 클럽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했습니다. 예약을 완료하면 이메일로 예약 확인 메일이 오게 됩니다. 제가 예매하고 보러 갔던 영화는 하우스 파티(House party)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는 무려 1990년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루프탑 시네마 클럽은 이렇듯 개봉한지 30년이 넘는 영화를 상영하기도 합니다.

제가 갔던 마이애미비치 지점은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시간대와 저녁 10시에 시작하는 시간대 두 타임이 있더라구요. 시간대마다 영화가 달랐고, 저는 저녁 10시로 예매했습니다. 영화 티켓 가격은 23.75 달러, 우리 돈으로 3만 원이 좀 넘는 금액입니다. 이 티켓은 46온스짜리 컵에 담긴 팝콘이 포함된 패키지였습니다. 46온스면 CGV나 메가박스로 치면 미디엄 크기에 담긴 팝콘입니다. 보통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가격보다는 비싸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이 크게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낮에 예매를 해놓고 저녁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화 시작 시간 1시간 전쯤에 갑자기 비가 좀 내리더라고요. 비가 많이 오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밖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는데요. 영화 상영이 행여나 취소될까 봐 살짝 불안했는데, 다행히도 영화 시작 30분 전쯤부터는 비가 그쳐서 날이 갰더라고요. 영화를 보러 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루프탑 시네마 클럽의 공간 특성상 이렇게 날씨가 안 좋으면 영화 상영이 취소될 수 있다는 약간의 불안감은 있는 것 같습니다.


루프탑 시네마 클럽이 있는 옥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포토월이 바로 보였습니다. 포토월에서 사진 한 방 찍어주고요. 그리고 그 옆에 영화관 안내 직원이 서 있습니다. 안내 직원에게 예약했다고 하니 이메일 내 QR코드?를 보여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QR코드를 찍고 나니, 직원이 간단한 시설 소개를 해주고, 우리 티켓은 팝콘이 포함되어 있으니 저 컨테이너에서 팝콘을 받아 가라고 티켓을 하나 줍니다. 옥상이다 보니 별도의 건물은 없고, 대신 컨테이너가 몇 개 있는데 이곳들이 매점이기도 하고, 술을 파는 바(Bar)이기도 합니다. 팝콘을 받으러 가서 팝콘도 받고 헤드셋도 하나 받았는데요.


루프탑 시네마 클럽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바로 이 블루투스 헤드셋입니다.

보통 실내 영화관에서는 음향 장치로 스피커가 벽에 붙어있는데, 루프탑 시네마 클럽은 이런 스피커가 따로 없습니다. 대신에 영화의 소리는 바로 이 개인 별로 나눠준 블루투스 헤드셋에서 나오게 됩니다. 마치 사일런트 디스코 클럽 같은 느낌을 주는 방식인데요. 이렇게 하면 음향이 야외에서 퍼지지 않고, 따로 소음도 유발하지 않으니 정말 참신한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컨테이너 사이를 지나 스크린이 있는 상영관으로 들어갑니다. 별도의 상영관 문은 역시 없었고요. 스크린이 굉장히 밝고 큽니다. 스크린 사이즈는 보통 영화관이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좌석이 캠핑의자 같은 느낌인데, 바닥이 또 인조 잔디로 되어 있어 캠핑 와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의자는 생각보다 편안하고요. 팝콘 맛은 짰습니다. 진짜 짜요. 미국이라 그런가 너무 짜.

그리고 제가 제일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바로 도시 뷰를 볼 수 있다는 것! 건물이 엄청 높지는 않은데, 그래도 옥상이다 보니, 도시 전경이 살짝 보입니다. 밤 10시라 도시가 막 잘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잠깐 도시 전경에 한눈팔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영화관의 작은 요소부터 큰 요소까지 기존 영화관이랑 다 다르다 보니까, 모든 게 새롭고 색다릅니다! 그리고 영화도 그냥 시작하지 않고, MC 한 분이 나와서 인사를 해요! 대충 와줘서 고맙다는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 상영을 시작합니다.

제가 본 영화는 1990년도에 개봉한 하우스 파티라는 코믹 영화였는데,, 시작하자마자 헉 했습니다. 완전히 흑인 파티 영화였습니다. 키드라는 이름을 가진 흑인 청소년이 주인공인데, 댄스를 너무 좋아해서 하우스 파티에 가지 말라는 아빠 말 안 듣고 몰래 나가서 일이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 아무튼 그런 영화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흑인만 나오고요. 영화가 흑인으로 시작해서 흑인으로 끝나요.


그러고 보니,, 그때 알겠더라고요. 관람객이 전부 흑인인걸. 아시아인은 말할 것도 없고, 백인도 없어요. 관람객이 많이 있지는 않았지만, 왜 흑인들 밖에 없는지 영화가 시작해서야 이해했네요. 영화 대사도 슬랭이 난무하고 흑인 바이브가 찐하게 느껴지는 영어라.. 한 95%는 못 알아듣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막도 없었죠. 결국에는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알아듣기도 어렵고, 가방에 싸간 버드라이트 맥주도 한잔했고, 하루도 피곤했겠다. 그냥 잠들기에 딱 알맞은 환경이었습니다.


영화관 자체는 모든 게 완벽했는데, 영화가 좀 아쉬웠습니다. 일정이 맞지 않아 볼 수 있는 날짜와 시간대가 이것밖에 없었던 게 진짜 안타까웠습니다. 하루만 더 여유 있었으면 라라랜드 상영 일자에 맞출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데서 라라랜드 보면 진짜 끝내줄 것 같은데..! .. 그렇습니다...



오늘은 제가 마이애미 출장 중에 들린 루프탑 시네마 클럽에 대한 후기를 말씀드렸습니다. 혹시나 루프탑 시네마 클럽 지점이 있는 여행지를 가게 된다면,, 시카고나 마이애미나 뉴욕이나 런던이나 같은 곳으로요. 도심 속 옥상에서 영화를 본다는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으니까 꼭 시간 내셔서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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