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매우 특이한 영화관이 있습니다. 이 영화관은 오직 전 세계에 7개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관은 하루에 오직 영화 두 편만을 상영합니다. CGV나 메가박스같이 국내에 수십 개 지점이 있고, 하루에 수십 번 상영을 하는 영화관과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상영해 주는 영화도 최신 영화가 아닙니다. 제작된 지 30년이 넘은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는 영화관입니다. 영화 가격이 싸지도 않습니다. 팝콘 한 봉지를 포함한 영화 한 편의 가격이 3만 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보러 옵니다.
아니 무슨 이런 영화관이 있냐고요?
이 영화관은 바로 루프탑 시네마 클럽 (Rooftop Cinema Club)이라는 영화관입니다. 이 영화관은 매우 특별합니다. 루프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옥상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야외 영화관이기 때문입니다. 루프탑 시네마 클럽은 도심의 쇼핑몰 같은 건물의 유휴공간인 옥상을 활용하여 영화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7개 지점밖에 없습니다. 미국에 6개 (휴스턴, 마이애미, LA, 샌디에이고, 뉴욕, 시카고) 그리고 영국 런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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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 마이애미 출장을 가면서 운이 좋게도 이 특별한 영화관을 방문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이애미비치에 있는 지점이었는데, 우연찮게 이 지점이 저희 숙소 바로 근처에 있더라구요!!
영화는 루프탑 시네마 클럽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했습니다. 예약을 완료하면 이메일로 예약 확인 메일이 오게 됩니다. 제가 예매하고 보러 갔던 영화는 하우스 파티(House party)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는 무려 1990년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루프탑 시네마 클럽은 이렇듯 개봉한지 30년이 넘는 영화를 상영하기도 합니다.
제가 갔던 마이애미비치 지점은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시간대와 저녁 10시에 시작하는 시간대 두 타임이 있더라구요. 시간대마다 영화가 달랐고, 저는 저녁 10시로 예매했습니다. 영화 티켓 가격은 23.75 달러, 우리 돈으로 3만 원이 좀 넘는 금액입니다. 이 티켓은 46온스짜리 컵에 담긴 팝콘이 포함된 패키지였습니다. 46온스면 CGV나 메가박스로 치면 미디엄 크기에 담긴 팝콘입니다. 보통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가격보다는 비싸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이 크게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낮에 예매를 해놓고 저녁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화 시작 시간 1시간 전쯤에 갑자기 비가 좀 내리더라고요. 비가 많이 오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밖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는데요. 영화 상영이 행여나 취소될까 봐 살짝 불안했는데, 다행히도 영화 시작 30분 전쯤부터는 비가 그쳐서 날이 갰더라고요. 영화를 보러 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루프탑 시네마 클럽의 공간 특성상 이렇게 날씨가 안 좋으면 영화 상영이 취소될 수 있다는 약간의 불안감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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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 시네마 클럽이 있는 옥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포토월이 바로 보였습니다. 포토월에서 사진 한 방 찍어주고요. 그리고 그 옆에 영화관 안내 직원이 서 있습니다. 안내 직원에게 예약했다고 하니 이메일 내 QR코드?를 보여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QR코드를 찍고 나니, 직원이 간단한 시설 소개를 해주고, 우리 티켓은 팝콘이 포함되어 있으니 저 컨테이너에서 팝콘을 받아 가라고 티켓을 하나 줍니다. 옥상이다 보니 별도의 건물은 없고, 대신 컨테이너가 몇 개 있는데 이곳들이 매점이기도 하고, 술을 파는 바(Bar)이기도 합니다. 팝콘을 받으러 가서 팝콘도 받고 헤드셋도 하나 받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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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 시네마 클럽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바로 이 블루투스 헤드셋입니다.
보통 실내 영화관에서는 음향 장치로 스피커가 벽에 붙어있는데, 루프탑 시네마 클럽은 이런 스피커가 따로 없습니다. 대신에 영화의 소리는 바로 이 개인 별로 나눠준 블루투스 헤드셋에서 나오게 됩니다. 마치 사일런트 디스코 클럽 같은 느낌을 주는 방식인데요. 이렇게 하면 음향이 야외에서 퍼지지 않고, 따로 소음도 유발하지 않으니 정말 참신한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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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사이를 지나 스크린이 있는 상영관으로 들어갑니다. 별도의 상영관 문은 역시 없었고요. 스크린이 굉장히 밝고 큽니다. 스크린 사이즈는 보통 영화관이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좌석이 캠핑의자 같은 느낌인데, 바닥이 또 인조 잔디로 되어 있어 캠핑 와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의자는 생각보다 편안하고요. 팝콘 맛은 짰습니다. 진짜 짜요. 미국이라 그런가 너무 짜.
그리고 제가 제일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바로 도시 뷰를 볼 수 있다는 것! 건물이 엄청 높지는 않은데, 그래도 옥상이다 보니, 도시 전경이 살짝 보입니다. 밤 10시라 도시가 막 잘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잠깐 도시 전경에 한눈팔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영화관의 작은 요소부터 큰 요소까지 기존 영화관이랑 다 다르다 보니까, 모든 게 새롭고 색다릅니다! 그리고 영화도 그냥 시작하지 않고, MC 한 분이 나와서 인사를 해요! 대충 와줘서 고맙다는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 상영을 시작합니다.
제가 본 영화는 1990년도에 개봉한 하우스 파티라는 코믹 영화였는데,, 시작하자마자 헉 했습니다. 완전히 흑인 파티 영화였습니다. 키드라는 이름을 가진 흑인 청소년이 주인공인데, 댄스를 너무 좋아해서 하우스 파티에 가지 말라는 아빠 말 안 듣고 몰래 나가서 일이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 아무튼 그런 영화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흑인만 나오고요. 영화가 흑인으로 시작해서 흑인으로 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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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그때 알겠더라고요. 관람객이 전부 흑인인걸. 아시아인은 말할 것도 없고, 백인도 없어요. 관람객이 많이 있지는 않았지만, 왜 흑인들 밖에 없는지 영화가 시작해서야 이해했네요. 영화 대사도 슬랭이 난무하고 흑인 바이브가 찐하게 느껴지는 영어라.. 한 95%는 못 알아듣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막도 없었죠. 결국에는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알아듣기도 어렵고, 가방에 싸간 버드라이트 맥주도 한잔했고, 하루도 피곤했겠다. 그냥 잠들기에 딱 알맞은 환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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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자체는 모든 게 완벽했는데, 영화가 좀 아쉬웠습니다. 일정이 맞지 않아 볼 수 있는 날짜와 시간대가 이것밖에 없었던 게 진짜 안타까웠습니다. 하루만 더 여유 있었으면 라라랜드 상영 일자에 맞출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데서 라라랜드 보면 진짜 끝내줄 것 같은데..! ..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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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마이애미 출장 중에 들린 루프탑 시네마 클럽에 대한 후기를 말씀드렸습니다. 혹시나 루프탑 시네마 클럽 지점이 있는 여행지를 가게 된다면,, 시카고나 마이애미나 뉴욕이나 런던이나 같은 곳으로요. 도심 속 옥상에서 영화를 본다는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으니까 꼭 시간 내셔서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이애미 #마이애미비치 #마이애미여행 #루프탑시네마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