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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해 침착해

망고스틴. 2022. 8. 5. 19:25
© ElisaRiva, 출처 Pixabay

- #나의 건망증 #건망증, 깜빡 잊은 기억이나 에피소드 중 하나를 주제로 문장쓰기 (최소 한 문단)와 짧은 설명을 게시글에 댓글로 적어주세요.

뭔가 깜빡 잊은 기억.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나는 무언가를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물건이나 일정을 잘 챙기는 편이다. 아버지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가 깜빡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건 나보다는 우리 엄마다. 엄마는 작은 물건 같은 것을 자주 깜빡한다. 자동차 키 같은 작은 물건을 찾기 위해 엄마가 서랍을 열고 닫는 건 우리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런 물건들을 찾는 시간은 짧게는 30분부터 길게는 1주일 정도까지 걸린다. 1주일 만에 찾았던 품목은 엄마가 아끼는 시계 같은 류가 있다. 그래도 1주일 만에 찾기라도 했으니 다행이다. 신기한 건 엄마는 어떻게든 물건을 찾기는 찾는다는 것이다. 결론은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임시로' 잃어버릴 뿐이다.



엄마가 종종 물건을 깜빡하다 보니 나는 엄마에게 작은 바람이 생겼다. 그 바람은 바로 엄마가 물건을 깜빡했을 때 침착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물론 엄마가 물건을 깜빡하는 일 자체를 하지 않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것은 다소 어려워 보인다) 우리 엄마만 그런지,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호들갑 대마왕이 된다. 마음을 진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예전에 엄마와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 물건을 두 번 잃어버릴 뻔한 적이 있다. 하나는 여권이고, 다른 하나는 가방이다. 여권은 이탈리아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보안 검색대에서 두고 나왔던 것이고, 가방은 호텔에서 조식을 먹기 위해 자리에 두었다가 없어진 것이다. 운이 좋게도 두 물건 다 공항 직원과 호텔 직원이 잘 보관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또 찾긴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 물건들을 찾는 과정에서 나는 엄마의 진정하기 어려운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좀 침착했으면 좋겠다. 위기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침착하고자 하는 나까지 괜히 불안해지니까 말이다.



이렇게 적다 보니 엄마가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침착함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이 작은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사람을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엄마가 침착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그냥 내가 엄마 물건들을 다 관리하는 게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엄마 아들의 숙명인가 하고 받아들여야지 뭐' 라는 생각을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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