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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청소하시는 분?

망고스틴. 2022. 8. 5. 19:31

- #지겨운 반복과 패턴에 대한 기억 #지겨운 반복이나 패턴 관련한 경험이나 에피소드 중 하나를 주제로 문장쓰기 (최소 한 문단)와 짧은 설명을 게시글에 댓글로 적어주세요.


© jarmoluk, 출처 Pixabay

지겨운 반복이라고 하니 왜 단박에 회사 생활이 떠오를까.. 회사 생활이야말로 반복과 패턴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지겹든 지겹지 않든. 직장인의 숙명인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 회사 생활 중에서도 정말 지겨운 게 있다. 바로 청소시간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사무실 청소를 직접 한다. 회사 청소를 도와주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시지만, 화장실과 계단만 청소해 주신다. 그래서 회사 건물 내에 상주하는 전 직원은 손수 빗자루와 대걸레를 들고 청소를 한다.



부서마다 청소시간과 요일은 다르지만, 내가 근무하고 있는 4층은 금요일 오후 5시마다 청소를 한다. 오후 5시가 되면 직원들은 하던 업무 다 내던지고 베란다 같은 공간에서 빗자루와 대걸레를 가져온다. 4층은 12명 정도가 일을 하고 있는데, 청소 역할분담은 그때그때 알아서 자율이다. 누구는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고, 누구는 대걸레를 빨아서 닦고, 누구는 사무실 직원들 자리 밑의 쓰레기통들을 비운다. 인원이 12명이지만, 부장, 이사 급의 어른들은 청소에 거의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사원, 대리급들이 청소를 다 한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사무실 청소는 대략 20분 내외로 끝낸다.



재밌는 점은 우리 회사가 그렇게 직원들이 청소를 직접 해야할만큼 규모가 작은 회사도 아니라는 것이다. 상장사에 업력도 30년이다. '보통 직원들이 이렇게 손수 청소를 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주변에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그런 애들이 없다는 사실에 되게 적잖이 놀랐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내가 인턴을 했던 스타트업도 나를 포함해 전 직원이 4명이었지만, 사무실 청소는 아웃소싱을 주었다.



처음 이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이런 청소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다가 가벼운 움직임을 하게 되는 청소가 좋았다. 그래서 열심히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 청소를 매주 한번씩 1년, 2년 동안 하다 보니 지겹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나를 기운 빠지게 만드는 것은 '내 시간이 이 정도 가치밖에 되지 않나?'라는 것이다.



청소라는 활동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청소를 위해서 쏟는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해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청소시간만 따진다면 20분 정도이지만, 이 20분을 위해 갑자기 하던 업무가 중단되고, 청소를 마치고 다시 자리에 앉아 업무를 재개해 집중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면 5시 40분이 되는데, 우리는 퇴근이 6시다. 게다가 금요일이다. 칼퇴를 하고 싶은 날인만큼 업무에 집중을 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20분을 스리슬쩍 보내게 되면 1시간이 날아가는 느낌이다. 1시간. 나는 내가 받는 급여를 시급으로 따져본다. 음.. 내 1시간 시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우리 사무실 전 인원의 시급을 다 합치면 사무실 청소 아웃소싱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런 1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매주 쌓여서 한 달 치가 되고, 한 달 치가 1년이 되는 복리효과를. 그러면 꽤 커보인다. 이렇게 금전적인 기회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기운 빠지는 것은 앞서 말한 내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다.



근데 이렇게 내가 생각한들 뭐 어쩌겠는가. 회사가 이런 회사인걸. 내가 선택한 길이니 받아들여야지 하고 생각을 다시 고쳐먹는다. 대신에 타산지석의 마인드로 내가 나중에 리더의 자리에 오르거나, 더 나아가 회사를 차리게 된다면 함께하는 직원들이 절대 이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제도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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