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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의 상남자? 조지(George)

망고스틴. 2022. 9. 3. 11:53

1. 이번 키프로스 대리점 출장 중에 만난 사람들 중 인상 깊은 사람이 있다. 바로 조지(George)라는 이름을 가진 대리점의 서비스 엔지니어다. 남자다.



2. 조지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날라리 같았다. 팔에 문신이 있고 머리도 단발 정도 길이라 올백으로 묶고 다녔고, 살짝 스키니 한 듯한 체형을 갖고 있다.



3. 뭔가 좀 날라리 같았는데, 대리점의 사무실에서 업무 미팅을 함께 진행하다 보니 그래도 나름 일에 열정은 있어 보였다. 또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만능 역할을 하는 서비스 직원 느낌이었다. 사람도 착했고, 애티튜드도 나름 나이스했다.



4. 미팅 중 조지는 본인의 할 일이 있어 돌아갔고, 나는 다른 직원들과 미팅을 계속 진행하다가, 직원이 사무실을 구경시켜 주겠다면서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서비스 센터 공간을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살짝 충격적인 광경을 봤다.



5. 그 광경은 서비스 엔지니어인 조지가 담배를 입에 물고 피우면서 의료장비를 수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입으로만 담배를 물고, 드라이버로 뭔가 장비를 열심히 고치는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오.. 실내에서 담배를..?' 할 정도인데, 그 와중에 본인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역설적인 모습 때문인지 아무튼 그 광경은 신선했다.



6. 만약 우리 회사 내 서비스 센터에서 서비스 직원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일한다? 상상도 못할 일이다.



7. 어찌 됐든 대리점과 미팅을 마무리 짓고, 그날 저녁에  대리점의 매니저인 여자 직원과 그 매니저의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다. 키프로스 현지 음식을  한껏 즐기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매니저가 조지도 식사 자리에 불렀다고 했다.



8. 조지는 상남자답게 저녁 식사 자리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폭주족(?)들이 탈법한 바이크였다. 헬멧을 의자에 두고 앉은 그는 나를 보며 다시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얘기를 나누었다.



9. 조지는 30대 중반의 나이이고, 전공은 CS (Computer science)라고 했다. 오 날라리 같은 이미지였는데, 뭔가 신기했다. 그래서 요즘 컴공과 개발자 수요가 많다 보니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떠냐고 물었더니, 조지는 이렇게 말한다.



10. 뭐 지금 자기 지메일에도 영국에서 연봉으로 75,000파운드 정도 준다는 잡 오퍼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근데 자기는 부모님이 여기 키프로스에 살고 계시니까 살아계시는 동안 같이 좋은 시간 보내고 싶다. 나중에 뭐 부모님 돌아가시면 영국 사서 일하든지 뭐 그럴 수 있다고 한다.



11. 이 말을 들으니 '엇.. 생각보다 효자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75,000파운드면 우리 돈으로 억대 연봉인데, 물론 세금을 많이 띄긴 하겠지만, 본인의 어떤 욕심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의외였다. 말아 피운 담배를 뻑뻑 피울 때와는 반전 매력이었다. 강아지도 키운다고 했다. 이름은 시바.



12. 조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다가 또 이번에는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조지는 나보고 한국에서 대마는 안 하냐고 했다. 나는 불법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음.. 여기도 불법이야~ 나는 좋아해 근데.라고 한다. 그렇다 조지는 대마도 좋아한다.



13. 조지는 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기는 암스테르담이 좋다고, 매춘과 대마가 합법인 곳이 자기 스타일이라는 곳이다. 가끔 놀러 간다고도 했다. 내가 예전에 암스테르담의 Red light street (홍등가 거리) 을 여행으로 갔을 때 얘기를 꺼내면서, 뭔가 매춘이 합법인 게 이상한 느낌과 분위기였다고 얘기하니 조지는 그게 왜?라고 이해를 하지 못했다.



14. 조지는 아무튼 참 특이한 서비스 엔지니어였다. 본인이 갖고 다니는 회사 차에 회사 로고를 붙이라는 지시도 싫어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엄청 자유분방하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 같았다. 신기했다. 진성 한국인인 내 시야로는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뭔가 신기해서 계속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게 여행과 다양성의 묘미인가 싶기도 했다.

담배를 말아 피는 조지
바이크를 향해 떠나는 쿨한 뒷모습의 조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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