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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업무에서 느낀 4가지

망고스틴. 2022. 9. 5. 08:21

© Dany_Oran, 출처 Pixabay

출장을 다녀온 지 1주일이 됐다. 출장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 가시기 전에, 출장 중 느낀 점을 크게 4가지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



의사소통

: 하루 종일 대리점들과 미팅을 하면서 역시 커뮤니케이션,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느꼈다. 이메일이나 왓츠앱이나 화상회의로 얘기를 나눌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메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맥락이나 미묘한 감정들을 대면 미팅에서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출장 가기 전 1~2달 전쯤에 이메일로 대리점에게 어떤 사안에 대해 통보한 적이 있었다. 그 사안은 대리점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대리점의 반발이 있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는데, 생각보다 회신이 간단하게 알겠다고만 왔다. 당시에는 '그렇게 예민한 사안이 아니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출장 미팅 때 대리점 측에서 그 사안을 다시 꺼내면서 아쉬운 감정을 토로했다. 당시 본사 측 (그러니까 나..)의 커뮤니케이션이 아쉬웠다고 말이다. 이런 사실을 직접 만나지 않았으면 나는 계속 알지 못했을 것이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느꼈던 순간이었다.



또 대면 미팅의 좋은 점은 매우 효과적이다는 것이다. 비대면 (이메일, 채팅 등)에서는 반응과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만나서 얘기하니 대리점 쪽에서 그동안 궁금했던 거나 애로사항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리고 대면 미팅은 시간을 정해 놓고 다 한자리에 앉혀 놓으니 모든 사람은 그 시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으로 업무를 주고받을 때는 뭔가 애매했던 것들이 오프라인에서는 확실해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요즘 온라인 업무 인프라가 좋아지긴 했지만, 가끔 오프라인 만남, 소통은 앞으로도 필요할 것 같긴 하다. (온라인 인프라가 더 좋아진다면 모를까)



2. 지식의 저주

: 대리점 미팅 시에 현지 영업사원, 서비스 엔지니어, 영양사, 임상의 대상으로 이것저것 교육을 진행했다. 그런데 내 예상보다 우리 제품이나 시장이나 임상에 대해서 현지 관계자들의 이해도가 떨어졌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에 대해서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생각보다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다.



출장을 가서 미팅하는 대리점마다 이런 느낌들을 계속 받다 보니 이 단어가 생각났다. 지식의 저주. 지식의 저주는 (curse of knowledge) 편견의 일종이다. '내가 아는 사실이나 지식을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에서 비롯되는 편견이다. 생각보다 우리 제품의 가치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었던 셈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가치를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영어

: 역시 영어 소통은 마냥 쉽지만은 않다. 나나 대리점 입장에서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나의 영어 레벨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영어 커뮤니케이션 레벨에 잘 맞추는 것이다. 고급 어휘를 쓰고, 유창하게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이해하기 편하게, 애매모호함 없이 확실히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결국 영어도 다 의사소통하려고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 국가, 대리점마다 같은 단어에 대해서 개념을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Quarter(분기) 개념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분기(1Q)라고 하면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다. 1월~3월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나라는 1월 말일부터 4월 초로 알고 있기도 하다. 이럴 경우 1월~4월이다. 이런 것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영어라는 언어 자체보다는 의사소통에 초점을 두려고 노력해야 함을 깨달았다.



4. 글로벌

: '글로벌, 글로벌 감각, 글로벌 역량' 이런 개념에 대해서 예전부터 고민한 적이 있었다. 글로벌 감각, 역량은 대체 뭔데 기업들이나 세상이 다 이렇게 중요하다고 외치는 걸까? 영어, 외국어 잘하면 글로벌한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최근까지도 명쾌하게 답을 내리기 어려웠는데,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에 대한 조금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내 생각에 '글로벌하다'라는 것은 유연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상은 너무나도 다양한 방식으로 돌아간다. 문화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출장을 다니면서 이런 걸 많이 느꼈다. A라는 나라에서 당연한 게, B라는 나라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케이스가 엄청 많다. 그러니 글로벌을 지향하는 사람은 유연해질 수밖에 없고, 유연해져야 한다. 어느 상황에서든지 유연하게, 부드럽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영어, 의사소통만 해도 그렇다.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맞춰야 한다. 미팅할 때도 느꼈다. 어떤 곳은 각을 잡고 되게 포멀하게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어떤 곳은 되게 명절 파티 분위기(?) 같은 느낌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이건 또 회사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됐든 상황에 맞춰, 문화에 맞춰, 스타일에 맞춰서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글로벌하다는 것은 유연하다는 것이다'라고 나만의 정의를 내려 보았다.


이상이 내가 출장 중에  크게 크게 느꼈던 것들이다. 물론 자잘하게 느낀 점들까지 언급하면 끝도 없을 것 같다.. 뭔가 이렇게 적고 보니 되게 책에서 본 듯한 원론적인 얘기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책에서 배운 것보다 실전에서 부딪히면서 겪은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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