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미술전공자가 글도 잘 써버릴 때_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망고스틴. 2023. 2. 20. 08:26

1. 종로 알라딘 서점에서 여자친구를 만나서 고르게 된 책. 여자친구한테 랜덤으로 책장과 칸을 골라주면 그 칸에 있는 책 중에 하나를 무조건 사겠다고 했다. 오른쪽부터 왼쪽 순으로 책을 봤는데 왼쪽 제일 마지막에 꽂혀 있었던 책.



2. 그림 유튜버 이연의 에세이다. 이 유튜버의 컨텐츠는 드로잉을 하는 영상에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나레이션으로 입히는 것이다. 나도 이 유튜버처럼 내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컨텐츠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실제로 1~2 편을 만들어 보긴 했지만 뭔가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반응도 없었지만, 영상을 만든다는 귀찮음이.. 참 컸다.



3. 요즘 한동안 자기계발서만 읽다가 오랜만에 읽은 에세이였는데, 뭔가 가볍고 담백하거니 읽기 편했다. 책도 자그마하니 한 손에 들어오고 표지 컬러도 이쁘고. 갬성이었다. 하루 만에 다 읽을 수도 있었다. 왜 사람들이 에세이 좋아하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4. 저자에 너무 꽂힌 나머지 책 제목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샀다. 책 제목이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이라는 걸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미술을 시작하는, 특히 드로잉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주 타겟 독자였다.



5. 그런데 생각보다 그림 그리는 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진 않더라. 미술, 드로잉에 대한 방법론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각과 철학이 주된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미술 진로에 대한 생각,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 삶에 대한 철학과 같은 내용이었다.



6. 작가는 일상, 삶에서의 관찰을 즐긴다. 관찰에서 나오는 삶에 대한 고찰과 생각이 멋지다. 그것도 아주 담담하게 풀어놓아서 더욱 쿨한 것 같다.



7. 작가가 분명히 미술 전공인데 글을 진짜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표현이 착착 감긴다고 해야 하나? 그림을 그리는 방법, 방향성 같은 것들을 수영이나 마라톤과 같은 다른 운동에 비유하거나 외국어 공부와 비교한다든지, 미술로 삶을 대유 하기도 하고, 쉽고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알고 보니 18년도부터 브런치로 글을 써왔다고 한다. 역시 꾸준좌는 승리한다.



기억에 남는 부분



- 어릴 때와 크고 난 후의 시간관념은 다소 다르다. 어릴 땐 자신이 늙는다거나 시간이 부족할 거란 생각을 거의 하지 않은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는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이 생기기에 뭔가 하나를 해도 큰마음을 먹고 시작해야 한다. 즉 그림 한 장을 그리는 일에 많은 번거로움이 수반된다는 이야기다.



- 나의 평범함이 혼자 갖고 있을 때는 초라한 일인데, 사람들 사이에서 꺼내놓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당신의 개성이 발현되는 방향이 중요한 거지 모양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남들이 갖고 있는 것만 부러워하기보다는 나만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



- 사람들은 누군가를 한 가지 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을 좋아한다. 두 가지의 모순이 존재한닫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면 피곤해지니까. 어쩌면 한 면만 바라보는 일은 누군가를 이해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다.



- 당신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그림을 그리는 이라고 끊임없이 말하고 다녀야 한다. 내가 요즘 떠들고 다니는 소리가 하나 있는데, 바로 부자가 될 거라는 말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인데, 나는 내가 부자가 될 것 같은 강한 확신이 든다. 그냥 내뱉고 다녀서 그렇다. 자신감이 없으면 말로 내뱉을 수도 없다. 반대로 말로 내뱉으면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 몰래 숨어서 연습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잘 그려서 깜짝 놀라게 하려는 생각 따위는 하지 마라. 자연스럽게 항상 그리고, 성장하는 과정까지 남들에게 다 보여줄 것. 그것이야말로 강하고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 방법이다.



- 확신과 불확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것.

… 잘하고 있다고 다독이면서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야 발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따. 확신만 있으면 정체가 되고, 불확신만 있으면 용기를 잃는다.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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